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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싶은도시 2017 여름호

2017_여름호표지

걷고싶은도시 2017 여름호

호모 나이트쿠스와 도시
걷고싶은 도시만들기 시민연대 지음
2017년 6월

소개

 

호모 사피엔스의 조상인 최초의 포유류는 야행성이었습니다. 그들이 살던 시대는 공룡이 지배하던 시대였습니다. 거대한 공룡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포유류는 공룡을 피해 살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공룡은 포유류가 살 수 있는 거의 모든 곳을 지배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포유류가 선택한 것은 ‘밤’이었습니다. 밤이 좋아서 야행성이 된 것이 아니라, 밤에 활동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에 야행성이 된 것입니다. 공룡의 틈바구니에서 근근이 살아가던 백악기 말,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거대한 운석이 떨어졌습니다. 그 운석은 공룡을 멸종시켰습니다. 운 좋게 포유류는 살아남았습니다. 공룡이 사라진 지구는 무주공산이었습니다. 더 이상 공룡을 피해 살 이유가 없어진 포유류는 시공간에서 생존 영역을 확장합니다. 신생대는 포유류의 세상이 되었습니다. 공룡이 사라진 후에도 상당수의 포유류는 야행성의 습성을 갖고 있습니다. 오랜 진화를 거친 그들에게 밤은 더 이상 공룡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에게 밤은 그들의 세상입니다. 250만 년 전 등장한 호모속 종들은 낮에 적응한 종이었습니다. 15만 년 전 출현한 호모 사피엔스도 주행성 동물입니다. 여기에 균열의 조짐이 보인 것은 1879년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만들면서입니다. 도시의 밤은 점점 밝아졌고, 밤에 활동하는 인간도 늘어났고, 2017년 여름이 되면 <걷고싶은도시> 특집에 ‘호모 나이트쿠스’라는 종이 등장하게 됩니다.

 

생태계가 공간적으로 존재함과 동시에 시간적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도시도 그러합니다. 우리의 도시에는 밤에 활동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들 중에는 공룡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밤을 선택한 초기 포유류처럼, 생존을 위해 밤에 활동하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이미 적응해버린 야행성 포유류처럼, 밤의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도 존재합니다. 누군가에겐 꽉 짜진 일상을 벗어나는 해방구로 밤이 존재하고, 누군가에겐 밤은 생존을 위해 내몰린 시간이 됩니다. 우리는 도시의 밤을 대할 때 이 두 가지 대립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하지만 보통 도시에 사는 우리 개인은 한쪽 편에 서 있게 되고, 그 반대편의 상황에 무감각하거나 애써 눈을 감곤 합니다. 두 가지 밤은 모두 우리 도시의 모습입니다. 우리 도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런 밤의 도시를 직시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이번 <걷고싶은도시> 특집을 ‘호모 나이트쿠스와 도시’로 정한 이유입니다.

 

특집의 원고들은 크게 이 두 가지 측면의 도시를 다루고 있습니다. 김영선[24시간 쉼 없이 회전하는 흐름의 시공간], 이춘희[잠 못드는 밤: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 김상철[시민이 될 시간조차 없는 도시 소작농의 세계]의 글에서는 야간 노동자들의 힘겨운 삶이 느껴져 밤의 도시를 즐기는 사람으로서 죄책감이 들 지경입니다. 정기성[활력있고 안전한 24시간 런던을 만드는 밤의 황제]의 글에는 활기찬 도시의 밤을 만들기 위한 런던의 노력이, 최성용[야근하는 도시에서 마을만들기는 개뿔]의 글에는 마을만들기와 야근사회의 삐걱거림이 담겨있습니다. 일상의 노동 후 새벽까지의 시간을 자신의 시간으로 만들어가는 김은진[밤에 뭉치는 지식과 취향의 공동체, 직장인들의 독서모임]의 글과 야근이 일상화된 건축가들의 야근라이프를 담은 문정석[야근사회, 가족공동체를 대체하는 업무공동체와 사적공동체의 동거]의 글은 우리 직장인들에게 밤이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취업의 최전선에 선 청춘들의 삶을 다룬 김민진[이 밤 노량진으로부터의 초대, 그냥 당신이 보고 싶어서]은 노량진의 밤을 힘겨운 삶을 담아내는 곳임과 더불어 그들에게 위로가 되는 곳임을 가까운 시선으로 묘사해냈습니다. 8개의 원고를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박승배[All night? All right!]의 글에서는 노동의 밤과 여가의 밤이 뒤섞인 우리 도시의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본 특집의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김민섭[밤의 도시를 걷는 (투명한) 노동자들]은 필자가 대리기사를 하면서 온 몸으로 느꼈던 밤의 도시, 그것이 낮의 도시와 어떻게 연결되는 지점 등을 생생한 필체로 담아냈습니다. 특집을 마무리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글입니다.

 

밤의 도시를 즐기는 사람들, 밤의 도시가 일터인 사람들, 밤까지 일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도시의 진짜 밤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그것이 우리 도시를 제대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자! 호모 나이트쿠스와 도시! 이제 시작합니다.

 

- 『걷고싶은도시』 2017년 여름호 ‘기획의 변’에서 -

 

 

[도시연대] 걷고싶은도시 2017 여름호(통권 91호)

목차
[편집장입니다]
우리의 밤에 위로와 응원을_안현찬

[특집_호모 나이트쿠스와 도시]
기획의변_최성용
All night? All right!_박승배
활력 있고 안전한 24시간 런던을 만드는, 밤의 황제_정기성
24시간 쉼 없이 회전하는 흐름의 시공간_김영선
잠 못 드는 밤 :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_이춘희
야근하는 도시에서 마을만들기는 개뿔_최성용
밤에 뭉치는 지식과 취향의 공동체, 직장인들의 독서모임_김은진
‘시민이 될 시간’조차 없는 도시 소작농의 세계_김상철
이 밤 노량진으로부터의 초대, 그냥 당신이 보고싶어서_김민선
야근사회, 가족공동체를 대체하는 업무공동체와 사적공동체의 동거_문정석
밤의 도시를 걷는 (투명한)노동자들_김민섭

[시선과 관심]
<보행> 의견수렴이라는 함정, 산으로 가는 프로세스_이태중
<생활문화> 다양한 공동체, 개인이 만드는 사회적경제의 새로운 모델_윤성일
<마을만들기> 공동체의 감수성으로 말하는 협치_박승배

[故 강병기 대표 추모 특집]
강병기 교수님께_김기호
시절인연(時節因緣)으로 만난 선생님_최정한
내가 우산이 되어 줄 테니 마음껏 놀아보게_김은희
故 강병기 대표를 추모하며: 조각보 도시 만들기_박승배
10년의 회상 그리고 감사합니다_강수남

[고정칼럼]
<도시스케치> 한옥마을? 한옥마을!_김정대
<여행하는 삶과 사람> 집 가까운 여행_이호정
<아빠와 만드는 마을만들기> 축제가 수시로 열리는 마을은 가능한가? “놀이가 만든 마을축제”_김정호
<매체와 도시> ‘슈즈트리’가 의미하는 것_김민수
<도시를 읽다> 시 배우러 가는 길_안인섭

[독자위원 모니터링]
조금 더 멀고 어려웠던 『걷고싶은도시』_걷고싶은도시 독자위원회(작성: 안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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