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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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참여 한평공원 만들기

주민참여 한평공원만들기

한평공원만들기는 쉽게 표현하면 ‘동네에 버려지거나 잘 쓰여지지 않는 공간을 주민참여를 통해 살아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과정’을 뜻한다. 그럼 도시연대는 왜 한평공원만들기를 할까.

1. 공공공간의 주인은 주민이다. 하지만 그동안 주민은 공공공간조성에 배제되어왔다. 주민의 참여가 당연한 권리임을 우리 사회에 확산시키고자 했다. 

2. 공간을 실제로 이용할 주민이 참여한다면 그 공간은 좀 더 쓸모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3. 주민들은 자신이 참여해 만든 공간에 대한 애정이 더 높으며, 따라서 이렇게 조성된 공간의 이용도는 높아지고,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도 줄어든다.

4. 한평공원만들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이웃을 알게 되고, 이웃과 함께 하는 즐거움을 경험한다. 이는 도시 속 작은 공동체 형성에 도움이 된다. 

5. 한평공원만들기는 마을만들기를 지향한다. 마을만들기란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을 주민이 하나의 주체로 참여해서 살고 싶은 마을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 한평공원만들기를 통한 이웃과의 소통,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 공유, 갈등의 도출, 도출된 갈등의 해결, 외부와의 협력과 같은 경험은 마을만들기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6. 한평공원을 통해 우리 도시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들을 공론화시킨다.

 

도시연대는 2002년 서울시 종로구 원서동 빨래골 쉼터를 시작으로 2013년 현재 45개의 한평공원을 만들었다. 각각의 한평공원이 갖고 있는 이야기와 의미는 모두 다르다. 그 다른 이야기들은 도시연대가 추구하는 걷고 싶고,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데에 기여하고 있다.

 

 <한평공원 위치도>


큰 지도에서 한평공원. 도시연대 보기

 

<한평공원 전후 사진>

 <1호 원서동 한평공원. 북촌가꾸기 일환으로 버려진 방범초소를 주민의 쉼터로 만들었다. 도시연대의 첫번째 한평공원>

 

 <8호 금화한평공원. 금화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삭막한 벽면을 우주공간으로, 담장 아래를 푸른 공간으로 바꾸었다.>

 

 <9호 창동한평공원. 창동노인복지관 어르신들과 함께 만든 이곳은, 사진전 등 다양한 행사로 사랑받는 공간이 되었다.>

 

 <18호 부평문화의거리 한평공원. 상인과 노점상의 화합으로 만들어졌다. 이 과정에서 노점상이 상인회 정식 맴버가 되었다.>

 

 <22호 우리쉼터. 영구임대아파트에 있는 복지관은 3개의 한평공원만들기 과정을 통해 마을과 함께 하는 복지관이 되었다.>

 

 <30호 대장동 한평공원. 부천 오정구에서의 생태마을만들기가 인근 농촌이 대장동 주민들과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

 

 <34호 소소정. 수년 내 철거예정 동네의 노인정. 재개발 계획 후 모든 개선이 멈춰버리는 상황에 문제를 제기했다.>

 

  
<42호 하안사랑방. 영구임대아파트에서의 복지관과 주민들의 마을만들기에 도움이 되고자 작은 도서관을 만들었다.>

 

 <다양한 주민참여>


도시연대의 한평공원만들기 小史

최성용(도시연대 기획국장. 2013. 9월)

지난 8월 중순, 도시연대 활동가는 인천의 한 동네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동네에서 한평공원만들기 활동을 한다는 설명을 하는 자리를 가졌다. 재개발을 추진했던 곳. 조합은 만들어졌으나 지지부진 한 곳.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주민들은 생활공간을 관리하려는 의지를 상실한 곳. 사람들은 조금씩 떠나가고, 빈 집 근처엔 쓰레기가 쌓이는 곳. 하지만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는 곳. 그곳에서 46번째가 될 수도, 50번째가 될 수도 있는 한평공원만들기는 진행되고 있다. 11년동안 만들어진 45개의 한평공원. 도시연대라는 시민단체는 왜 한평공원만들기를 했을까? 그걸 왜 11년동안이나 했을까. 처음 했을 때와 지금, 한평공원만들기를 바라보는 도시연대의 생각은 달라졌을까?

동네에 버려지거나 효율이 떨어진 공간을 주민참여를 통해 공원을 만든다. 이것이 한평공원만들기의 과정을 한줄로 설명한 것이다. 한평공원만들기의 첫째 목표는 이러한 주민참여과정을 제대로 해서 주민들이 참여하는,  공간의 주체로 다시 태어나는 공간조성의 당위성을 우리 사회에 퍼트리는 것이다. 거기에 또 하나가 있다. 이 한평공원만들기 과정을 어디에 써먹을 것인가. 그 과정은, 결과는, 파생된 것들은 한평공원만들기를 하는 동네에, 또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만들것인가.

 

주민참여와 민주주의

우리 사회에 시민단체가 많이 만들어진 시기는 1990년대 초반이다. 도시연대도 1994년 시민교통환경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도시연대는 ‘걷고 싶은 도시라야 살고 싶은 도시다’란 모토로 활동한다. 도시연대가 말하는 걷고 싶은 도시라는 것은 단순히 걷기 편한 도시가 아니다. 도시연대는 걷고 싶은 도시를 다섯가지 도시로 표현하고 있다.

 

보행자를 존중하는 도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도시
생활문화와 역사가 살아 숨쉬는 도시
사람과 자연이 공생하는 도시
다양한 계층이 소통하며 어울려 사는 도시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시만단체가 199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이유는 민주화와 관련이 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이루어지면서 우리 사회의 형식적 민주주의가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전에도 환경, 교통, 여성, 인권, 소비자와 같은 주제는 우리 사회에 중요한 주제로 다뤄질 수 있었으나 그것이 중요한 주제로 제대로 다뤄지기 위해서는 민주화라는 기본 조건이 필요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환경이니 교통이나, 인권이니 소비자니 하는 말들은 공허했고, 그런 목소리를 내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다. 민주화가 된 이후 우리 사회는 앞서 말한 다양한 주제를 다룰 수 있는 기본 조건이 갖춰졌고, 그런 사회적 바탕속에서 시민단체들이 생겨나게 된다. 

한평공원, 주민참여의 모습은 민주주의의 모습과 닮아있다. 지금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라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어디까지 민주적이어야 민주주의냐’라는데 까지 들어가면 의견이 달라진다. 주민참여도 마찬가지다. 어디까지 참여해야 주민참여일까? 공청회는 주민참여가 아닐까? 설문조사는 주민참여가 아닐까?

민주주의를 하려는 것은 시민이 주인이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함이다. 어느 한명의 독재자나 왕에 의해 통치되는 사회가 아니라, 이 사회가 어떤 모습으로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시민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그 목소리를 통해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민주주의를 하려는 이유일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우리 사회를 민주주의 사회라고 부르지만, 좀 더 그것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다. 도시공간에서 주민참여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주민참여를 하는 이유는 주민참여를 통해 주민들이 자신을 둘러싼 공간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그 의견을 바탕으로 공간을 만들어내고, 그러한 경험들을 통해 마을의 주인이 되어가기 위해서이다. 토크빌은 ‘민주주의는 최상은 아니지만 차선으로 가능한 유일한 정부형태’로 여겼다. 민주주의는 그것이 갖고 있는 많은 약점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최상의 것으로 여겼다. 주민참여로 공간을 조성하는 것도 그것을 통해 최고의 공간이 만들어지진 않을 수도 있다. 주민참여로 공간을 만드는 것은 주민참여를 통해 최고의 공간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다. 물론, 주민참여로 공간이 조성된다면, 그렇지 않고 만들어진 공간에 비해 좋은 공간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높아진다.

 

주민참여는 주민의 당연한 권리다.

2002년 첫번째 한평공원을 시작으로 11년째 한평공원을 만들어오면서 도시연대가 가졌던 첫번째 고민은, 그렇다면 ‘어떻게 주민참여를 해야하나’였다. 민주주의를 위해 대통령 직선제가 필요했던 것처럼, 주민이 공간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로 주민참여가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그 고민은 다양한 참여프로그램의 개발(또는 적용)로 표현되었다. 그 전에도 공공공간 조성에 있어 주민참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때때로 공청회를 하기도 하고, 설문조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한 주민참여는 진짜 주민이 참여하는 장을 제대로 만들어주지도 못했고, 또 그렇게라도 나온 주민의 의견조차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도시연대가 한평공원만들기를 하면서 다양한 참여프로그램을 하는 이유는, 그 프로그램을 통해 ‘그냥 말해봐라’고 해서는 들을 수 없는 주민의 의견을 듣기 위함이었다. 또 한두사람의 목소리가 주민의 목소리인 것 처럼 왜곡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아이들과 그림도 그려보고, 모형키트를 가지고 의견을 맞춰보기도 하고, 카드게임을 통해 의견을 하나로 모아가기도 하고, 관찰조사를 하기도 하고, 다양한 워크숍 프로그램을 통해 한평공원에 대해,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동네에 대해 주민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는 장을 만들려 노력했다. 맞벌이 부부가 많은 지역에서는 어떻게 주민참여를 해야 하는지, 1인 가게로 구성된 상가에서는 언제, 어디서 주민참여를 해야하는지, 한평공원을 둘러싸고 사는 주민과 주민자치위원들의 의견은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 참여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하는 주민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주민을 만날 때 떡을 돌려야 하는지가 중요하게 다뤄졌다.

당연한 주민의 권리로서의 주민참여. 그것이 제대로 발현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들. 그것이 고민의 지점이었다.

 

한평공원과 마을만들기

그럼 여기서 주민참여로 한평공원을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자.

 

1. 생활환경 주변에 버려지거나 효용이 크게 떨어지는 자투리 공간을 찾는다.

2. 이 공간에 대해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의견을 묻고, 또 전문가의 시각으로 공간의 의미와 역할을 찾는 조사과정이 진행된다.

3. 마을의 커뮤니티활동에 대해 조사한다.

4. 위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주민참여프로그램을 진행한다.

5. 조사결과와 참여프로그램 결과를 바탕으로 디자인을 한다.

6. 만들어진 디자인을 주민들과 나눈다.

7. 주민의 의견에 따라 디자인을 수정한다.

8. 수정된 디자인을 다시 주민과 나눈다.

9. 또 다른 의견이 나온다면 반영하고, 주민이 합의하면 시공단계로 넘어간다.

10. 주민과 함께 하는 시공을 한다.

11. 완공 후 함께 만든 사람들이 모여 한평공원 조성을 축하한다.

12. 완성된 한평공원을 주민들이 이용하고, 가꾼다.

 

이 과정은 지금도 한평공원만들기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이 과정을 제대로 수행라는 것 만으로도 한평공원만들기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도시연대는 ‘주민참여로 공원을 만든다’라는 것에만 목표를 두지 않았다. 대통령 직선제란 제도를 만드는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이지만 그것이 끝이 아닌 것처럼, 주민참여과정을 제대로 설계하고, 주민의견을 반영한 공원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통해 결국 우리 삶이 영향을 받아야한다. 좀 더 살기 좋은 마을, 도시연대의 표현대로라면 더 ‘걷고 싶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한평공원만들기가 어떻게 쓰여야 하는가이다.  그 첫번째는 한평공원만들기가 마을만들기에 쓰여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이 하나의 주체가 되어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을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든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마을만들기를 정의하는 다양한 해석 중 가장 공통으로 들어갈 수 있는 말을 꼽자면 위의 문장이 되겠다.

 

“주민참여 한평공원 만들기를 통해 주민들이 마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또 이런 마을일에의 참여의 경험은 또 다른 마을일의 참여로 이어지고, 한평공원 만들기를 계기로 만났던 주민들이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그들이 자신의 마을을 좀 더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든다. 즉, 마을만들기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런 목표는 ‘공공공간 조성에 주민이 주체로 참여한다’는, 한평공원 만들기 과정을 잘 만들어내면 얻을 수 있는 결과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한평공원만들기는 마을만들기의 좋은 수단이 되지만, 이것만 가지고 마을만들기를 할 수는 없다. 이것이 계기, 동력이 되어 또 다른 일로 확산되어야 했다. 도시연대가 하는 한평공원만들기가 마을만들기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가지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했다. 하나는 도시연대가 과연 그 지역에서 마을만들기 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못했다. 도시연대는 당시 4명(현재 6명)의 활동가가 활동을 하고 있는데 매년 3개~5개씩 만들어지는 한평공원에 도시연대 활동가들이 달라붙어서 마을만들기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또 이는 도시연대의 활동방향과도 맞지 않았다. 도시연대는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서 마을에서 활동을 하는 것을 목표로 두지 않는다. 지역에서 지속성을 가지고 그곳에서 활동하는 주민, 지역단체가 마을만들기 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지, 도시연대가 해당 지역에서 주민처럼 활동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올바르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두번째 조건이 중요해지는데, 이는 주민들이 마을만들기를 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하는 점이다. 

 

한평공원만들기는 마을만들기의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는 한평공원만들기가 갖고 있는, 즉 커뮤니티디자인이 갖고 있는 속성 때문이다. 커뮤니티디자인 과정을 통해 무언가를 주민과 함께 만든다. 특정한 것을 만든다는 것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난다는 뜻이다. 따라서 함께 한 사람들이 성과를 공유할 수 있다. 이렇게 성과를 낳다보면 마을만들기를 하는 사람들의 자신감이 상승되어 향후 마을만들기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공공공간은 이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소재이므로 여러 사람들이 참여를 하게 되고, 이를 통해 이웃과 친해지기, 인적네트워크 구성 등을 이룰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그동안 뭍혀있던 지역의 갈등이 도출되기도 하는데, 건강한 방식의 갈등 도출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출발선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일이 진행되면, 마을 외부의 사람들도 그 마을에 관심을 갖게 되기도 하여 다양한 자원들이 함께 마을만들기를 해 나갈 수 있게 된다.

이런 한평공원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동네의 마을만들기 맥락을 이해한다면, 한평공원만들기의 과정을 해당 마을의 마을만들기의 좋은 기폭제가 되도록 디자인해 낼 수 있다.

주민이 마을만들기를 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하는 말은 곧, 이와 같은 한평공원만들기의 마을만들기의 촉매제로서의 장점이 잘 발휘될 곳이 어디인가를 의미한다. 어디서, 누구랑 한평공원을 하는가가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게 된다.

 

 

Case 1. 대장동 한평공원

 

부천 오정구에서는 원종종합사회복지관과 동 복지관이 위탁운영하고 있는 오정문화센터를 중심으로 생태마을만들기 활동을 2003년부터 활발하게 하고 있었다. 그들이 생각하는 오정구의 중요한 생태적 지점이 있는데 베르네천과 대장동이 그것이다. 그 중 대장동은 넓은 논과 밭으로 이루어진, 오정구의 생태환경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이들은 대장동의 생태적 환경을 보존하고 그 가치를 알리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 왔다. 대장동을 찾는 새들을 꾸준히 모니터링했다. 매년 가을이면 대장동 들녘걷기 행사를 했다. 이런 활동을 통해 대장동의 생태적 소중함을 지역 주민과 함께 나누었다. 하지만 정작 이들과 대장동 사람들과의 교류는 매우 적었다. 대장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대장동 사람들과 함께 하진 않는다. 여기에서 대장동 한평공원은 출발했다.대장동 들녘걷기 행사도 대장동의 넓은 들녘을 걷다가 마을 입구까지만 가서 돌아왔다. 그들이 돌아왔던 마을 입구. 거기에는 오래된 다리가 하나 있고, 그 다리의 수명이 다하자 버스가 다닐 수 있는 새로운 다리가 만들어 졌다. 더 이상 차가 다니지 않는 다리. 하지만 사람들은 쉬어가는 다리. 거기에 한평공원이 만들어졌다.당연히 그 한평공원을 어떻게 만들것인가를 논의하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사람들은 이런저런 의견을 냈고, 몇 차례 디자인 변경을 통해 버스를 기다릴 수 있는 곳, 아이들의 새 모니터링 그림이 들어간 곳, 바람이 통하고 바람을 막는 곳으로 디자인되고 만들어졌다.무엇을 만들까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대장동의 한평공원을 만드는 과정은 마을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기존의 생태마을만들기 활동을 하는 사람과 대장동 사람들이 친해지기, 안면트기, 관계형성하기. 즉 물리적 환경개선과 관계형성, 두가지가 한평공원의 과정과 결과물로 얻고자 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함께 하지 않았던 대장동 주민들이 함께 했으며, 이를 통해 이들은 함께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Case 2. 방화2단지 한평공원 한울타리

2008년, 영구임대아파트인 방화2단지 안에 있는 방화2종합사회복지관은 복지관 앞의 공간을 한평공원으로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해 왔다. 복지관 지하에는 바둑․장기실이 있는데 이곳은 어둡고, 습기가 차고 해서 주민들이 잘 이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바둑․장기반 사람들은 그곳을 이용하지 않고 복지관 앞 마당 좁은 벤치에 모여 바둑, 장기를 두었다. 이곳을 이들이 좀 더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방화2종합사회복지관의 요청이었다.

대상지를 선정하기 전, 방화2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아 그동안의 마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과정에서 방화2단지에서는 현재 가칭 ‘방화2단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주민모임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음을 알았다. 시혜적 복지를 넘어서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을 살기좋은 마을로 만들어보자는 것이 그 취지였다. 그래서, 방화2단지 한평공원은 그 주민조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뜻이 있어 모인다하더라도 함께 할 수 있는 명확한 일이 있어야 했다. 또 그들의 출발이, 함께 했을 때 뭔가를 이루어냈다는 성공의 경험이 필요했다. 한평공원을 만드는 것은 그것에 적합했으며 전 과정을 ‘방화2단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함께 했다. 그들의 참여는 단순한 의견 개진의 수준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도시연대와 복지관은 그들이 의사결정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에 충실했고, 그들은 공원의 모습, 쓰임새, 이름, 앞으로의 관리시스템 등을 하나하나 정해나갔다. 그 결과 한평공원은 한울타리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졌으며, 그와 동시에 ‘한울타리’라는 주민모임이 만들어졌다.

 

Case 3. 부평문화의 거리 한평공원

2007년, 부평문화의 거리에 한평공원이 만들어지기 직전, 문화의 거리 상인과 노점상인들은 의미있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거리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노점상이 오후 7시경 영업을 끝내고 그대로 거리에 방치한 일은 그동안 부평문화의 거리 골칫거리 중 하나였다. 영업이 끝난 후 인근 주차장으로 노점을 옮길 것을 약속하고 또 그 약속이 어겨짐이 반복되었다. 그러다가 상인들은 그 노점을 매일같이 움직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힘든 일임을 알게 되었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상인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꼬마차를 하나 샀다. 그러자 노점상인들은 자발적으로 매일 아침 저녁으로 그 차량을 이용해서 노점을 옮겼다.

무게가 많이 나가고 매일 옮기기가 너무 어려운 음식노점은 한군데로 모아졌다. 그렇게 해서 공간이 하나 생겼다. 거기에 한평공원이 만들어졌다.

한평공원 디자인의 주요 쟁점은 이러했다. 거리 전체를 점령하고 있는 배전반을 예쁘게 바꿨으면 좋겠다는 것, 겨울에도 썰렁하지 않는 화단이 되었으면 하는 것, 당시 부평에서 시작된 자전거 이용활성화운동에 힘을 싣고자 자전거보관대가 설치되었으면 하는 것 이었다.

그렇게 해서 배전반을 가린 조명탑, 예쁜 정원등이 설치된 걸터앉을 수도 있는 원형 화단, 둥근 자전거 보관대가 만들어졌다.

그럼 또 이 과정을 통해 마을엔 어떤 영향을 미쳤으면 했는가. 당시 상인과 노점상이 어렵게 합의를 이끌어낸 시점에, 그들이 함께 동네를 위해 활동하는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했다. 이렇게 힘을 합치니 예쁜 공간이 나오는구나란 경험을 하는 것은 중요했다. 한평공원을 만드는 과정에는 상인, 노점상의 구분이 없었고, 그들은 모두 함께 즐겁게 한평공원을 만들었다. 이 과정을 통해 노점상인은 정식으로 부평문화의 거리 상인모임의 일원으로 가입하게 된다.

 

 

 

주민참여, 마을만들기.. 할만하네!

지금까지 45개의 한평공원을 만들면서 45개 지역의 사람들이 한평공원만들기의 과정을 경험했다. 주민참여가 할만하다는 것, 마을만들기가 할만하다는 것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게 하는 것, 그것도 도시연대가 한평공원만들기를 하는 목적 중 하나이다. 크지 않은 대상지, 적은 예산, 생활에 밀접한 공간 등 한평공원의 특징은 주민참여 초짜들의 첫 경험에 적합한 형태를 띤다. 이는 시민단체 활동가에게도, 주민에게도, 공무원에게도, 전문가에게도 마찬가지다. ‘주민참여로 한평공원만들기라는 것을 해 봤더니 별거 아니더라, 동네에 분란만 생기고 별반 도움도 안되더라’라는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그것은 한평공원만들기가 주민참여, 마을만들기의 씨앗을 밟아버리는 결과가 되어버린다. 이는 도시연대가 우려하는 큰 지점 중 하나이고, 따라서 어떤 과정과 결과를 얻든 그것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만족감을 얻고 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퍼트리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우리 사회의 공간디자인 전문가들이 주민참여를 경험하고, 마을을 생각하며 디자인하는 사람들이 늘었으면 하는 차원에서 2010년부터는 도시연대 회원들이 직접 한평공원만들기에 참여하는 구조로 개편했다. 도시연대는 여타 시민단체와는 조금 다른 회원구조를 갖고 있는데, 마을만들기와 관련된 활동가, 복지사, 건축, 도시, 조경과 관련된 업계 종사자, 관련학과 교수 및 학생 등 도시와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는 회원이 많다. 이에 한평공원만들기 과정을 회원과 함께 함으로써 예비전문가, 또는 현재 현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이 주민참여 디자인을 직접 경험, 마을을 이해하고 참여를 이해하는 디자이너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지금 이 잡지에 ‘커뮤니티디자인’이라는 주제로 특집기사를 쓰고 있는 사람 중 상당수는 도시연대의 한평공원만들기를 경험한 사람들이다. 이와 같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좀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도시사회문제와 마을만들기

지금 도시연대는 한평공원만들기를 통해 우리 도시사회문제를 이야기하는 방식을 고민 중이다. 50개 가까운 한평공원만들기를 하면서 도시연대는 도시의 다양한 지점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갖는 한평공원을 만났다. 그동안 주민참여와 마을만들기에 중점을 두었다면, 그것과 더불어 한평공원을 통해 동네에서 직접 만나지는 도시사회의 문제들을 현장에서 함께하고, 사회에 공론화시키는 방식이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중이다.

영구임대아파트, 재래시장, 쪽방촌, 소유와 거주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개미마을 등에서의 한평공원만들기는 그러한 의미를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2012년 시화공단에서 했던 한평공원이 아쉬움이 남는다. 공장도 사람사는 곳과 마찬가지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의 공장은 그나마 좋은 환경을 갖고 있지만, 영세공장의 대부분은 사람이 생활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고 있지 못하다. 흙구경도 하기 힘든, 업무를 위한 공간만으로 채워진 공장과 공장지대는 그곳에서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야하는 공장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악화시킨다. 시화공단에 있는 아파트형 공장 앞에서의 한평공원은 그런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으나, 현 시점에서는 이를 더 사회화해내지 못하고 있다. 향후 좀 더 진지한 고민과 실천이 필요한 지점이다.

 

도시연대의 한평공원 만들기. 이제 12년째에 접어들었다. 초창기 한평공원만들기를 했을 때 가졌던 고민 중 상당부분은 현재도 유효하다. 하지만 거기에 머물지 않고 한평공원 만들기가 우리 사회에 의미있는 활동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함께 하고 싶다고요? 간단합니다. 도시연대 회원으로 함께 해 주세요~

 

참고자료

 

주민참여형 한평공원 만들기 프로그램 개발      -2002년 12월-

한평공원 조성 프로그램을 활용한 주민 참여 공간 만들기   -2003년 12월-

한평공원 만들기는 주민참여입니다      – 2004년 12월-

2004 한평공원 만들기     -2004년 12월-

2005 한평공원 만들기     -2005년 12월-

살기 좋은 우리동네 만들기      -2006년 12월-

한평공원 2007      -2007년 12월-

주민참여를 통한 한평공원 만들기     -2007년 12월-

2009 한평공원만들기      -2009년 12월-

2010 한평공원      -2010년 12월-

2011 한평공원 만들기      -2011년 12월-

걷고싶은도시 2003년 9, 10월호   (특집: 한평공원의 의미찾기)

걷고싶은도시 2005년 11, 12월호   (특집 : 조금 더 깊은 의미의 2005년 한평공원)

걷고 싶고, 살고 싶은 도시만들기. 시민이 함께 해야 할 수 있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