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개

>>

주민참여형 어린이놀이터 리모델링 활동

주민참여형 어린이 놀이터 리모델링 활동

 

기   간: 2006년 ~ 2015년 현재

사업대상지 : 2006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도롱뇽놀이터

                    2007년.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씨알놀이터

                    2008년. 강원도 춘천시 후평동 뒤뚜르놀이터

                    2009년. 경기도 남양주시 도농동 도농4호 어린이공원

                       2014년. 청주시 청원구 우암동 청암 어린이공원

                       2015년. 서울시 광진구 능동 서울어린이대공원 무장애통합놀이터 (진행 중)  

 

 

 

주민과 함께 한 우리 동네 놀이터 바꾸기

-수원 영통구 매탄동 어린이 놀이터 리모델링 사업

 

놀이터 하나를 리모델링 했습니다. 전문가들이 와서 뚝딱뚝딱 만들 수도 있었는데 주민참여라는 과정을 미약하지만 진행했습니다. 왜? 동네의 주인은 주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동네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주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놀이터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그 곳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동네사람들이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에 관심을 갖는 것이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데에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놀이터 리모델링은 동네 사람들이 마을에 관심을 갖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사)걷고싶은 도시만들기 시민연대(이하 도시연대)와 한국토지공사(이하 토지공사)는 지난 4개월 동안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에서 어린이 놀이터 하나를, 주민들의 참여와 함께 리모델링을 했습니다.

 

 

 

아이, 놀이터를 말하다

지역 주민대상 설문조사, 어린이가 느끼는 놀이터(현장 발표), 어린이 놀이 관찰조사, 놀이기구 및 놀이 행태 선호도 조사, 어린이 놀이터 평가단(어린이들이 놀이터의 현재 상태에 대해 평가함), 디자인 장터(어린이들이 1만원 어치 놀이기구 구입 후 놀이터를 재구성해 봄), 2차례의 주민 설명회…

주민과 함께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400여명 이상의 주민들을 만났다. 특히 어린이 놀이터이기 때문에 어린이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프로그램들을 중심으로 기획했다. 그동안의 어린이 놀이터는 어른들이 만들어 주고 아이들은 그곳에 와서 놀 뿐이었다. 이곳에서는 달랐다. 아이들에게 참여의 기회가 주어지자 아이들은 자신의 의견을 쏟아냈다. 설계는 그 의견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산남초등학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놀이기구와 놀이 행태에 대한 선호도 조사를 진행했을 때의 일이다. 오르기, 회전, 점프 등 10가지 놀이행태에 총 76개의 놀이기구 사진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아이들은 각각의 놀이기구 중 선호하는 놀이기구에 손을 들으며 의사표현을 했다. 평범하지 않은, 흔히 설치되어 있지 않은 놀이기구를 볼 때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아이들은 기존의 놀이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놀이기구가 나올 때마다 야유를 보냈다. 특이한 놀이기구를 보더니만 그것들 다 만들어달라고 아우성이다.

 

 

      

<다양한 방식의 어린이 참여프로그램. 좌로부터 놀이관찰조사, 놀이기구선호도조사, 어린이놀이터평가단>

 

 

현장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놀이터의 장단점들을 표시했다. 새로운 놀이기구 사진을 가지고 놀이터를 재구성해보기도 했다. 아이들의 욕구를 눈으로 확인한 설계팀에서는 설계방향을 서서히 잡아나가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기대수준은 높아졌다.

사실 아이들이 실제로 한 일은 그리 큰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만들어온 화면을 보고 무엇이 좋은지, 무엇이 싫은지 손을 들었을 뿐이다. 아이들은 놀이터를 돌아다니면서 ‘여기 바꿔주세요’, ‘여기는 좋아요’라고 스티커를 붙였을 뿐이다. 아이들은 가짜돈 10,000원을 가지고 가짜 놀이기구를 사서 판낼에 붙였을 뿐이다. 그 소소한 것들의 성과는 무엇일까. 그 작은 참여로도 아이들은 자신이 놀이터를 만드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놀이터는 누가 와서 만들어준 놀이터와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동네사람들은 그 아이들을 통해 어린이 놀이터가 리모델링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이들은 훌륭한 메신저의 역할을 해 준다. 놀이터에서 뭔가 하고 있다는 소문이 동네에 퍼지게 되면서 놀이터 리모델링은 동네의 관심사가 되었다.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예정보다 일정이 늦어지자 많은 주민들이 ‘왜 공사가 이루어지지 않느냐’, ‘무슨 문제가 있느냐’며 물어오기 시작했다. 공사 기간 중에는 많은 주민들과 아이들이 공사현장을 수시로 기웃거렸다. 아이들의 관심은 대단했다. 자신들의 생각이 어떻게 반영되는지 궁금해했다. 예전의 놀이터와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아이들을 흥분시켰다.

 

 

     

 <디자인 장터. 아이들이 맘에 드는 놀이기구를 사서 내가 좋아하는 놀이터를 만들어보는 프로그램>

   

 

 

진짜 주민의견은?

놀이터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하면서 주민의견을 듣고 싶다. 당신은 누구의 의견을 들을 것인가. 만약 동사무소를 찾아가서 주민의견을 듣고 싶다는 말을 한다면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이 시의원일 것이다. 시의원이 주민의 대표인 것은 맞다. 주민의 손에 의해 동네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선출되었으니까. 시의원 한명으로는 꺼림직하다면 그 다음으로 주민자치위원을 만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주민자치위원의 의견은 주민의견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을까.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에서 일어났던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놀이터를 둘러싸고 있는 담장을 없애는 것이 좋은가, 그냥 놔두는 것이 좋은가. 정답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이다. 담장을 치면 권위적이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이고, 담장을 허물면 개방적이고 세련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그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함께 놀아보지 않은 일부 주민자치위원들은 자신들의 지식을 가지고 놀이터의 담장을 허물어줄 것을 요구했다. 자고로 놀이터는 사방에서 아이들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의견이었다. 일면 맞는 이야기 같다. 주민자치위원의 의견을 수렴해 담장을 없앴다면, 주민참여 제대로 한 것일까?

결과적으로 담장을 없애지 않았다. 왜? 주민들이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주민? 어린이 놀이터를 주로 이용하는 주민. 즉 어린이들과 학부모.

놀이터 리모델링 사업을 하기 위해 400여명의 주민을 만났다. 그 중 대부분은 어린이, 어린이의 학부모,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다. 이들을 만났기 때문에 주민자치위원들의 의견이 진정한 주민의 의견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주민참여가 하나의 형식으로 되어버린다면 그냥 쉽게 주민자치위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설계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형식만 주민참여일 뿐이다.

어린이들과 ‘어린이 놀이터 평가단’이라는 참여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것에는 파란색 스티커를, 싫어하거나 없앴으면 하는 것에는 빨간색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었다. 빨간색 스티커가 가장 많이 붙여 있던 곳은? 주변에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였다. 그 자동차들은 아이들의 시야와 운전자들의 시야를 가로막아 놀이터를 출입하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놀이터의 담장을 없앤다는 것은 아이들의 안전에 큰 위협이 되는 것이었다.

또 놀이터에서 진행했던 어른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담장은 그대로 놓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 역시 안전문제였다. 이는 그 곳의 상황을 잘 아는 주민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문제였다.

주민참여의 맹점 중의 하나가 주민 중 일부의 의견만을 듣고 그것을 주민의견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주민의 의견은 매우 다양하다. 또 상황에 따라서 그 중 더 많이 고려되어야 할 의견도 있다. 시의원이, 주민자치위원이 주민의 의견을 대표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않다. 진짜 주민의 의견을 알고 싶다면 사업하기 편한 주민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주민, 실제 그곳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주민들을 만나야 한다.

  

 

 

갈등은 표출될 때 해결된다

예산은 한정되어 있다. 공간도 한정되어 있다. 이해당사자는 다양하다. 의견은 다양할 수밖에 없고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번 놀이터 리모델링에서도 비용을 어느 쪽에 쓰느냐를 놓고 주민간의 의견이 달랐다. 어린이 놀이기구가 있는 쪽을 중심으로 좀 더 멋있고 색다른 놀이터를 만드는데에 돈을 쓰자는 쪽, 놀이터 전체를 바꾸는데에 써야 한다는 쪽, 노인시설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쪽 등 다양했다. 이러한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하는 과정 속에서 공사일정도 조금 늦춰져야만 했다. 주로 어린이를 자녀로 두고 있는 주민들은 어린이 시설 확충을 원했고, 주민자치위원들은 놀이터 전체를 바꾸는 것을 원했다. 그러나 서로 만남의 시간을 지속적으로 가지면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색다른 우리 동네만의 놀이터를 너무도 원한다는 사실에 어른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논의의 과정에는 주민과 도시연대, 토지공사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동사무소, 영통구청도 함께 했다. 이렇게 함께 하는 과정 속에서 이번 공사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시설에 좀 더 중점을 두고 2007년 봄 영통구청에서 예산을 편성해 평상과 운동기구를 설치하기로 했다.

어느 곳이나 갈등은 존재한다.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관심이 없다는 것과 동의어이다. 특히나 다양한 사람이 모여 사는 도시 속에서 주민들 사이의 갈등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이다. 갈등을 발전과 이해의 계기로 삼을 것이냐, 반목과 대립으로 만들 것이냐이다.

이번 놀이터 리모델링 과정 속에서도 주민들은 서로 다른 의견을 내보이며 때때로 갈등했지만 슬기롭게 해결방안을 찾아갔다.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도 되었다. 다양한 참여자들이 함께 참여했기 때문에 문제가 더 잘 해결되었을 수도 있다.

만약 이번 놀이터 리모델링을 하면서 주민의 의견을 듣지 않고 어린이 시설 위주의 리모델링을 했다면, 그래도 별 탈 없이 조용히 예쁜 놀이터 하나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잠복해 있다 뿐이지 해결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도시 속에서 정주개념은 점점 희박해 지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저만큼 달아나있는 집값을 보면서 집을 나와 내 아이가 살아갈 공간으로 보기 보다는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보게끔 하기도 한다.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아이를 키우기 힘든 환경은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 관심을 가질 여유를 빼앗아 가기도 한다. 동네일은 나라에서 알아서 잘 좀 해줬으면 좋겠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만은 분명하다. 아무리 행정이 훌륭한 행정서비스를 할 수 있다하여도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관심을 갖고 움직이려는 주민이 많은 곳이 좀 더 살기 좋은 마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놀이터 리모델링 사업에는 400여명의 주민이 참여했다. 그 중에는 몇 시간씩 시간을 내서 아이들과 함께 할 프로그램들을 함께 고민한 주민도 있고 1,2분 동안 설문지에 답변만을 체크한 주민도 있다. 그 중 아마 대부분의 주민들이 동네일에 처음 참여해본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은 작지만 참여를 경험했고, 참여의 결과물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모쪼록 이번 놀이터 리모델링을 통해 동네에 애정을 갖는 주민이 늘었으면 하는 것, 동네 일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주민이 늘었으면 하는 것이 소박한 바람이다.

 

 

 

 

**수원 영통 도롱뇽놀이터 전 후 사진

   

   

 

 

걷고 싶고, 살고 싶은 도시만들기. 시민이 함께 해야 할 수 있는 일입니다.